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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점집 후기 — 한참 지체된 인생에 위로처럼 건네진 사주 한 장 (신점 포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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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점집 후기 — 한참 지체된 인생에 위로처럼 건네진 사주 한 장 (신점 포함)

KAKAULOVER 2025. 5. 25. 18:30

구로동 점집 신기한 후기~

나만 제자리인 것 같다는 감정은 이상하게 몸보다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엄마 직장에서 갑자기 일이 터지고, 내 일도 매번 제자리 걸음처럼 느껴지던 시점이었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자리 잡아가는데, 나는 그늘에 멈춰 있는 기분이었다. 무슨 계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점집에 갔다.

구로동 입구 쪽으로 들어가니 깃발들이 보였다. 그 중 유독 조용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 눈에 들어왔고, 그냥 그곳으로 들어갔다. 상담비는 5만 원. 그런데 재미있었던 건 가족 4인까지 사주를 봐준다는 거였다. 앉자마자 출생 연월일을 묻는가 싶더니, 테이블 위엔 쌀과 엽전이 놓였다. 사주라고 소개했지만, 사실상 신점에 가까운 방식이었다.

내 사주는 일을 해서 풀리는 사주가 아니라고 했다. 앉아서 공부 많이 해야 된단다. 속으론 웃겼다. 내가 제일 못 하는 게 책상 앞에 오래 있는 건데. 그런데도 “변호사도 될 수 있다”, “돈 때문에 고생하지 않을 팔자다”는 말이 이어졌다. 너무 좋은 얘기만 해서 반신반의했지만, 이상하게 위로가 되긴 했다.

 



재밌는 건 예전에 ‘잘 본다’고 소문난 곳에서 들은 말과 비슷했다는 거다.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풀린다는 점, 지금은 이르다는 점, 그리고 남자 복도 아직은 들여놓을 때가 아니라는 점. “좋은 사람 만나긴 한다, 근데 아직 아니야.” 단호하게 말하던 그 어조가, 이상하게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사주를 보면서도 마음이 홀가분해진 건, ‘넌 잘못되지 않았어, 다만 조금 늦는 것뿐이야’ 같은 말 한 마디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그런 말 하나가 앞으로 조금은 더 버텨볼 수 있는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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