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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RU
[아우터월드] 플레이 후기 - 뉴베가스와의 비교에서 느낀 미묘한 아쉬움 본문
솔직한 아우터월드(게임) 플레이 후기.
얼마 전 아우터 월드를 직접 플레이해봤다. 사실 출시 전부터 폴아웃 뉴베가스의 제작진이 일부 참여했다고 알려져 기대를 많이 했고, 우주 배경의 SF RPG라는 점에서도 흥미가 생겼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생각했던 만큼 재미를 못 느꼈다. 명확히 어떤 지점에서 흥미가 깨졌는지 하나씩 살펴보고 싶다.
먼저 퀘스트 진행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뉴베가스에서는 링고를 죽여달라는 식의 의뢰를 받으면 “정말 그 사람을 제거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고, 선택에 따라 상황이 크게 변한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작은 의뢰라도 결과물이 뚜렷하게 보상되거나 캐릭터 관계가 변화되는 등, 스토리를 굴리는 재미가 있었다. 반면 아우터 월드에서는 예를 들어 책을 구해오라는 미션이나, 특정 인물을 설득해서 마을로 돌아오게 하라는 식의 퀘스트가 주어져도 마음이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왜 내가 이 퀘스트를 해야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체감하기 어려웠다.
배경 설정이나 캐릭터 디자인은 나름 독특했지만, 대화나 서사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사실 RPG에서 중요한 건 플레이어가 어떤 동기를 가지고 세계를 탐험하게 되느냐인데, 아우터 월드의 경우 그런 동기가 뚜렷하게 형성되지 않았다. 더욱이 퀘스트 진행 방식이 단순하게 느껴져, “이걸 꼭 해줘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 마을에서 부탁을 받으면 또 다른 지역으로 가서 단순하게 아이템을 회수해온다거나,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이 너무 짧고 간소화돼 있어서 몰입도가 떨어졌다.
뉴베가스와 굳이 비교하자면, 뉴베가스에서는 매 퀘스트마다 흥미로운 선택지가 있고,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기대감이 항상 유지됐다. 그런 반면 아우터 월드는 우주식민지라는 특수한 설정 덕분에 신선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정작 플레이 과정에서 그 설정이 퀘스트나 서사 전개에 깊이 스며들지 못한 듯했다. 결과적으로 배경은 화려하지만, 실제로 체감되는 재미는 부족했다.
전투 시스템도 RPG적 요소와 슈팅 요소가 결합돼 있지만, 독특한 전투 경험을 주기엔 조금 부족해 보였다. 뉴베가스처럼 여러 방식으로 적을 상대하거나, 내 선택에 따라 동료나 지역 세력이 변하는 일이 많으면 좋았을 텐데, 아우터 월드는 그런 부분이 미흡했다. 그저 지정된 목표만 달성하면 끝나는 경우가 잦았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감정적으로 깊이 빠져들만한 순간이 별로 없었다.
물론 이 게임이 완전히 재미없는 건 아니다. 우주 개척지라는 특유의 분위기나, 약간 코믹스러운 NPC 디자인, 무기 커스터마이징 같은 부분은 나름 볼 만했다. 또한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하면, 어느 정도 유쾌한 모험을 즐길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뉴베가스의 강렬한 스토리 선택지나, 매 퀘스트마다 드라마가 생기는 전개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느껴졌다.
결국 아우터 월드의 재미가 크게 와닿지 않았던 이유는, 스토리와 퀘스트 전개가 가볍고 겉돌기만 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사람을 설득해 달라, 이 물건을 찾아 달라 같은 지시형 퀘스트를 반복하다 보면, 내가 이 세계에 의미 있게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부터는 게임을 진행하는 목적 자체가 흐릿해졌다. 뉴베가스에서는 작은 일 하나도 곁가지 스토리가 풍부하고, 내가 어떤 결정을 하든 세계가 미묘하게 변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아우터 월드는 그런 요소가 조금 부족하다.
종합하자면, 아우터 월드는 우주를 무대로 한 가벼운 SF RPG를 찾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작품이지만, 뉴베가스처럼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깊이 있는 선택 시스템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여지가 있다. 그래도 그래픽이나 분위기 면에서는 나름 신선한 면도 있으니, 세일할 때 가볍게 구입해서 맛보는 정도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필자를 포함해, 뉴베가스 같은 게임을 떠올리며 기대를 가득 품었던 사람들은 “이상하게 재미가 없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결국 RPG의 핵심은 플레이어가 세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그 결과가 흥미로운 방식으로 펼쳐지는 것인데, 아우터 월드는 그 점에서 다소 미흡했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