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I & 사회문화 실전 풀이 후기 – 1점 차이, 1분 차이로 체감한 수능의 민낯 (실전모의고사 회고록)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풀렸다, 그러나 화학 I 시험지를 펴자마자 감각이 왔다.
123페이지는 낯익었고, 패턴도 명확했다.
15분이면 충분했고, 손도 가볍게 움직였다.
4페이지, 18번과 19번은 정석대로 흘러갔다.
딱히 걸리는 포인트도 없이 7분 만에 끝냈다.
그 순간까진 확신이 있었다. ‘이 시험, 무난하게 간다.’
그런데 20번이 나타났다.
하필이면, 끝에서 전부 꼬였다.
계산이 예상보다 복잡했고, 전제를 하나 잘못 잡으니
전체 풀이가 엉켰다.
몇 분 안에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문제가
남은 시간 전부를 빨아들였다.
그러는 사이, 17번은 손도 못 대고 그대로 타임오버.
시험지를 닫으며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48점은 되겠지... 1컷은 47 정도일 테니까.’
점수보다 찝찝했던 건, 내가 아닌 문제 하나에 당했다는 감각이었다.
그 한 문제 앞에서, 나는 무력했고 그게 하루의 리듬을 깨트렸다.
사회문화, 분명 알고 있던 건데
10번, 20번.
이 두 문제에서 시간이 녹아내렸다.
10번은 분수식 정리만 제대로 했더라면,
그 복잡한 선택지 사이에서 자신 있게 4번을 골라냈을 텐데.
처음엔 4번, 그다음에 5번,
다시 4번으로 돌아오면서 느낀 건
‘내가 맞고 있는 건가?’라는 불안.
선택지를 떠나 사고 흐름이 꼬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시계는 흐른다.
1분 1초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걸,
시험 시간에 가장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20번은 더 치명적이었다.
조건을 하나씩 체크하며 접근했지만,
시간이 다가올수록 정리해놓은 전제조차 기억이 희미해졌다.
압박 속에서 나를 믿는 것도 힘들어졌고,
흘려쓴 여백 위에 내 생각은 끝내 정리되지 못한 채 끝났다.
결국 6번 문제도 틀렸다.
‘성취지위냐 역할행동이냐’ 그 모호한 구간에서
망설이다가 엇나갔다.
마지막까지 정답을 눈앞에 두고
틀릴 수 있다는 게 시험이었다.
숫자보다 더 아픈 건 ‘내가 할 수 있었는데’라는 감정
점수는 화학 48점, 사회문화 44점.
사실 이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할 수 있었는데’ 하지 못했다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체계적인 정리 부족, 압박 속 판단의 미스,
조금만 더 침착했다면,
조금만 더 손이 빨랐더라면.
그 '조금'이 시험에선 모든 것을 갈랐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수능 당일,
‘내가 그때처럼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다짐을
분명히 기억해두고 싶어서.